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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의 콘텐츠칼럼] SORA의 등장! 영상 제작자들에겐 재앙인가? (2024.03.08. 헬로tv뉴스)

김도연 (주)콘텐츠민주주의 대표 / 대구과학대학교 방송영상제작과 교수


전세계는 이제 그만 좀 깜짝 놀랐으면 좋겠다. 챗GPT로 전세계를 평정한 Open Ai가 직접 영상 솔루션 SORA를 내놓으니 언론에서는 연일 '전세계가 깜짝 놀랐다'라는 헤드라인으로 질리도록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물론 놀라운 수준인 건 사실이다. 이제까지의 Ai 영상 솔루션들이 보여 온 어색함을 찾아볼 수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영상 전문가가 직접 찍었어도 이보다 더 잘 찍기가 어려웠겠다는 탄성이 절로 나올 만큼 엄청난 완성도를 보여주고 있으니까. 그러다 보니 기존의 영상 전문가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다는 우려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실제로 그 전문가 집단의 일원인 필자 스스로도 SORA가 보여준 샘플 장면을 구현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과 비용 투자를 해야 할지 상상이 가지 않는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세계를 대상으로 반문하고 싶다.

"솔직히 다들 예상하고 있었잖아요?"

기계는 인간의 역량을 확장하기 위해 개발된 도구이기 때문에 당연히 그 맡은 바 기능에 대해서만큼은 인간을 앞서야 정상이다. 자동차가 인간의 달리기보다 빠른 게 당연하다. 컴퓨터가 인간의 계산 능력을 아득히 앞서는 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그런데 이러한 기계들에 대해서 그 동안 인류는 크게 위협을 느끼지 않아 왔다. 그것들이 아무리 발달하더라도 '사고(思考)'라는 인간의 고유 영역은 침범받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공지능의 시대가 되면서 그것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인류는 공포에 질리고 있는 모양새다. 사람 대신 글을 쓰고, 사람 대신 그림을 그리고, 사람 대신 아이디어를 제시하는데 심지어 썩 잘하기까지 하니 이제는 인간의 노동력이 필요없어지는 시대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등장한다.

하지만 그것은 인간 노동력의 가치를 '기능의 집합'으로만 한정 지었을 때 얘기다. 예로부터 인간은 기계에게 대체당하는 영역이 넓어질수록 기를 쓰고 인간이 직접 관여한 흔적을 찾아 부가적인 가치를 부여해 왔다. 맥도날드 햄버거라고 손으로 만들지 않는 게 아닌데 굳이 '수제 버거'를 찾아가 더 비싼 돈을 지불하고, 공장이 그렇게 잘 돼 있는데도 장인이 한땀, 한땀 바느질한 가방이라는 이유로 더 비싼 가격에 구매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정제된 스튜디오 판 음반보다 실수 투성이 라이브를 찾아서 듣고, 같은 수업이라도 온라인 수업보다는 육성으로 들어야 안심이 되는 게 인간이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명품은 언제나 수제에서 나온다. 그리고 그것은 기능이 아니라 본질에 대한 문제다. 인간의 관여도가 줄어들수록 우리가 느끼는 가치 또한 하락한다.

이것을 창작 행위에 적용해 보자. 인간의 의도에서 비롯되어야 창작물이다. 분자 단위까지 동일한 두 개의 결과물이 있다 쳐도 우리는 사람이 만든 것만을 '작품'이라고 부르고 기계가 만든 것은 '제품'이라고 부르게 된다. 이것은 '사람이 아직은 그래도 기계보다 나은 점이 있다' 류의 투정이 아니라 본질의 문제이며 바로 이러한 본질의 차원에서 인간의 역할을 강구할 때 비로소 인공지능이라는 기계의 '활용자'로서의 인간만의 영역이 도출될 것이다. SORA가 아무리 뛰어난 영상 엔진이라 하더라도 인간 창작자가 의도를 가지고 명령어를 입력해서 만들어야 작품으로서 인정받을 것이다. 다만 그러한 의도를 제외한 기능적 차원에서는 인간보다 앞서갈 것이 자명하기에 인간만의 고유 영역인 '의도'를 명확하게 세우고 이것을 기계에 정확하게 입력하여 원하는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 있는 기획 역량을 확보하지 못한 이들은 시장에서 도태되기 쉬워 보인다.

다만 급한 대로 한 끼 때우기에는 호텔 한정식보다 라면을 선호하듯, 인간의 개입이 배제된 기계의 생산물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여기는 시장 또한 크게 열릴 것이다. 그러나 이것도 한 순간일 뿐,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은 얼마 안 가서 매력을 잃고 일상화되고 말 것이며 결국 그때도 다시금 기획 역량으로 시장의 초점이 돌아갈 것이다. Open Ai가 일부 얼리 어댑터들이 한두 번 먼저 써본 것 가지고 강의 팔아서 용돈 벌이 하라고 챗GPT나 SORA를 만들어 온 게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Ai 도구들은 곧 모든 이들에게 일상이 될 것이고, 그 이후 오래지 않아 인간이 개입한 증거를 갖춘 차별화된 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폭발할 때 그 자리를 오롯이 지켜 오고 있던 이들만이 결국 콘텐츠 전문가로서 각광받게 될 것이다.

자동차와 달리기 경주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자동차보다 느리다는 게 인간의 존재를 위협하지도 않는다. 그저 달리던 기능을 자동차에게 맡겨 놓고 이제는 운전하는 입장으로 전환되었을 뿐이다. 그 기능이 하필이면 '사고(思考)'라는 점이 께름칙해서 그렇지 사실 마음을 열고 보면 인공지능도 마찬가지다. 사고하고 판단하는 '기능'을 기계에게 맡기고 인간은 이제 그 기계를 운영하는 입장으로 빠르게 올라서야 할 것이다. 먼 훗날 언젠가 '인간'을 정의하는 기준이 바뀐다면 모르지만, 그러한 일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기계는 여전히 인간의 기능을 확장해 주는 도구로만 존재할 것이다. 어차피 발전을 늦추거나 되돌릴 수는 없는 마당에 이제 그만 좀 깜짝 놀라고 기계가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을 첨예화하는 작업에 하루 빨리 착수해야 할 것이다.

사람은 기계를 이길 수 없다. 그리고 기계는 사람일 수 없다.

출처 : LG헬로비전(http://news.lghellovision.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