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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의 콘텐츠 칼럼] 인공지능, 미디어에게 과연 재앙일까? (2023.12.19. 헬로tv뉴스)

[김도연 ㈜콘텐츠민주주의 대표 / 대구과학대학교 방송영상제작과 교수]

인공지능 때문에 미디어 업계가 난리다. 2차 산업처럼 어떤 물건 형태로 제품이 생산되는 게 아니라 정보나 콘텐츠 같은 추상적인 가치로 산업을 꾸려왔으니 이 부분은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고 장담해 왔는데 그 믿음이 산산이 부서지고 있는 형국이다. 생성Ai라는 괴물은 인간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던 '창작'의 부분까지 잠식해 들어오고 있다. 소설도, 웹툰도, 하다 못해 영화도 인공지능이 대신 만들어버리는 세상이다. 그러면 인간이 설 자리는 진짜 사라지는 걸까? 기계가 인간을 대체한다는 식의 공포감이 상당 부분 과장되었다는 목소리 또한 분명히 존재한다.

모든 신기술은 '그것이기만 하면 대박'이던 시기를 가진다. 메타버스가 처음 나왔을 당시엔 메타버스이기만 하면 충분했다. 그 내부적인 경쟁력이니 미래성이니를 판단할 수 있을 만큼의 사회적 수준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냥 그 용어 자체를 주워섬기기만 해도 신기하고 매력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그 '신기함'이라는 매력이 퇴색했을 때 우리는 결국은 메타버스의 경쟁력은 기술력이 아니라 '그 이용자들'이 판가름 함을 알게 되었다. 지금은 더이상 '메타버스다!'라는 구호만으로 사람들을 현혹하기 어렵다. '메타버스에서 이러한 가치를 창출할 줄 안다'까지가 경쟁력이다.

유튜브도 초창기에는 '유튜브이기만 하면 됐'었다. 유튜브 자체가 신기했던 시절에는 유튜브 한다는 이유만으로 각광을 받고 성공도 거둘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유튜브는 더 이상 신기하지 않고 당연한 도구로 받아들여지고 이제는 '거기서 무엇을 보여주느냐' 하는 본질적인 콘텐츠 담론만이 남아 있다. 스마트폰을 잘 쓴다고 각광받던 시대도 지났고 가상화폐에 투자만 해도 대박이 나던 시절도 지났다. 코딩 실력도 몸값을 더 이상 보장해주지 않으며 전기차를 탄다는 이유만으로 어느 곳에서나 환영받던 시절도 지났다. '신기함'의 작용이란 게 이와 같고, 최신형 인공지능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인공지능이 이제까지 생각하기 어려운 분야에서 인간의 기능을 상당 부분 잠식해 들어온 것은 매우 놀랍지만 그 놀라움 역시도 조만간 일상에 포함될 것이며 다시금 인공지능이라는 일상 위에서 진정한 가치를 구현하는 '사람들'로 경쟁력의 무게가 옮겨올 것이다.

기계와 공장 자동화가 이렇게나 잘 되어 있는데 우리는 여전히 장인이 한땀, 한땀 만들어낸 수제품을 명품으로 취급한다. 대형 햄버거 브랜드라고 사람이 안 만드는 게 아닌데도 굳이 '수제' 버거집을 찾아 더 큰 돈을 지불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음반 들으면 될 일인데 굳이 공연장을 찾아가고 선물의 가격보다는 정성에 더 감동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공감을 투영할 수 있는 대상을 찾기 때문이다. 인류의 역사에서 기계의 역할이 확장될 때마다 기능인으로서의 인류는 늘 존재의 위기를 겪어 왔지만 이와 발맞추어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인간만의 영역'을 기를 쓰고 찾아내 온 것 또한 사실이다. 그리고 역사의 면면에서 그 '영역'의 형태는 여러 가지로 바뀌어 왔지만 본질은 동일하다. '인간이라는 사실 그 자체'라는 것. 마치 나와 똑같이 생긴 로봇이 있어도 그것이 내가 되지 못하 듯, 이것은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대체될 수가 없는 인간 고유의 영역이다. 바로 이러한 영역을 자신의 분야에서 발견하고 구체화하여 추구할 수 있다면 기술의 발달을 두려워 할 필요가 없다.

이러한 영역은 당연히 무형의 가치를 전달하는 미디어 쪽에서 두드러진다. 분석, 자료 수집, 기술 등 다양한 영역에서 인공지능의 침공이 심화되고 있지만 넷플릭스 오리지널 '피지컬100'의 인기에서 보듯 인간의 신체 활동 중심의 콘텐츠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 정보성 콘텐츠에서도 정체성 중심의 방식, 예를 들어 자신이 직접 출연하여 육성으로 내용을 전달하는 콘텐츠는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 콘텐츠의 가치가 정보가 아니라 '그 사람'이 되기 때문이다. 언론은 어떤가? 기계가 기사도 대신 써주고 목소리, 심지어 얼굴까지도 가상으로 만들 수 있는 세상이라지만 여전히 기계는 발로 뛰는 현장 취재를, 사람이 사람의 이야기를 전하는 대면 인터뷰를 대체할 수 없다.

그런데 사실 이러한 것들이 원래 우리가 알던 '본질'이었을지도 모른다. 예능은 원래 출연자들이 몸으로 때우는 재미였고 정보는 자기 얼굴을 걸고 진솔하게 전하는 거였으며 취재는 원래 발로 뛰는 것이었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과 함께 콘텐츠 생산자들은 늘 더 편한 길을 모색해 왔고 그 결과 앉아서 먹고 대화하는 예능, 전달자가 없는 정보, 인터넷 검색으로 만들어진 언론 기사 등 점점 콘텐츠 생산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정체성이 무의미해지는 방향으로 콘텐츠 생태계가 발달해 왔다. 기계가 대체할 수 없는 부분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발달해 온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미디어 업계의 과도한 위기감은 스스로 초래한 부분일 수도 있다.

본질로 돌아가자. 콘텐츠는 원래 '사람이 전하는 사람의 이야기' 아니었던가. 기계를 믿고 더욱 더 편해지는 방향을 추구해 온 데 대한 부작용이 위기의 형태로 찾아왔음을 알고 다시금 인간만의 영역을 찾아내고 집중하자. 그와 동시에 이미 당면한 인공지능이라는 현실에 기민하게 대응하여 불필요한 시간 소모를 줄이고 인간만의 영역을 더욱 공고히 구축하는 밑거름으로 삼는다면 인공지능은 더 이상 두려워할 일이 아닐 수도 있다. 어차피 당신에게만 당면한 게 아니고 모든 인류에게 공통적으로 일상이 될 환경 변화 중 하나다. 이것이 아직은 신기함을 유지할 때, 미리 향후를 대비해 놓을 수 있다면 이 위기가 오히려 결정적 기회가 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매체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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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연 (주)콘텐츠민주주의 대표 dy@conmin.co.kr

출처 : LG헬로비전(http://news.lghellovision.net)